9월호/자폐인 윤은호 교수가 우연하게 만난 송상원 발달장애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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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8-22 22:37 조회46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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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호의 장애예술 탐방] 송상원, 기후위기를 통해 사람을 찾다
《자연아 놀자 – 제5회 송상원 개인전》
뜻밖의 마주침을 했다. 일요일 오후 6시의 일이었다.
그날 오후, 나는 예배를 마치고 인사동에서 어느 작가님이 자기 작품이 무슨 콩쿠르에 선정돼 유명 대형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하게 되었다는 소식만 듣고 무작정 인사동으로 향했다. 인사동의 경우 매 주 월요일이 지나면 거의 모든 갤러리의 전시가 바뀐다. 그런데 그 주는 내가 토요일에도 또 다른 전시 일정이 잡혀 있어서 인사동으로 갈 수 없었고, 평일에는 일을 하고 있어서 당연히 남은 시간이 주일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열차를 늦게 타서 인사동 구경의 시점이 되는 종각역에 도착해 보니 5시 반이 넘어 있었다. 평소에 내가 40분 정도에 인사동 전시를 모두 둘러보지만, 이 정도의 시간 안에 모든 걸 보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평소보다 더 걸음을 빠르게 해 목적지 갤러리에 도착했으나 5시 50분쯤이었다. 그리고 두 층에 걸쳐 있는 수많은 작품 중에서 해당 전시를 하시게 된 작가님이 누구였는지에 대한 정보를 다시 찾아내지 못해 결국 목적을 이루는데 실패하였다.
아쉬운 마음으로 그래도 나머지 갤러리를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조금이나마 돌아다니기 위해 계속해서 마루아트센터로 들어갔다. 그런데 마루아트센터 1층 안쪽, 1관에 도착하고 나서 놀라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낯설지 않은 이름이 전시장 입구에 있었다. 발달장애 예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송상원 작가의 개인전이었다. 곧바로 전시장으로 들어가 보니 송 작가 어머니가 자리에 앉아계셨다. 잠시 후 송 작가도 전시회장으로 들어왔다. 송 작가는 그 자리에서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어머니 설명으로는 또 다른 개인전 때문에 작품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송 작가를 처음 봤을 때의 기록은 2019년 9월 25일 <마스터피스> 전시회다. 대학로 장애인문화예술진흥원 이음센터에 갔다가 어쩌다 전시개막식에 도착해 버린 것이 계기였다. 당시 송 작가가 한국의 산수화를 재편하는 작업을 하고있어서, 아직까지는 스킬이 명확히 뛰어나지는 못했으나 장애예술인 치고 정말 필요한 작업을 한다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코로나가 끝나던 2023년 서울문화재단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레지던시 전시회 <내가 사는 너의 세계>에서 전시작품들을 보면서 그러한 기대가 사실로 드러났다. 자폐인과 지적장애인을 대표하는 레지던시 작가로 선정된 그의 작품이 제대로 된 예술적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작품이 모든 그림작가들이 그리는 가장 흔한 대상인 자연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일면 한계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그가 만들어내고 있는 풍경은 기존의 미술 작품이 표상하고 있는 재현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강렬한 색채와 대비로, 자연을 해체해 재구성하는 콜라브리주 작품 그 자체가 장애문화예술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그때까지만 해도 내 눈에 들어오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잠깐. 구글에서 ‘송상원 작가’로 검색한 다음에 이미지 탭을 클릭해보자. 그림들 중에서 자화상을 그린 작품들을 찍은 사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클릭해서 보면, 지금의 그림들과 비해서도 분명히 정밀도가 덜하다. 그러던 것이 2023년을 지나가면서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 정밀도가 높아져 가며 이야기도 생겼다. 한쪽에 놓인 TV에서는 작가의 창작 작품 소개와 함께 신규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함께 캐릭터의 도입을 소개하고 있다. 2023년의 작품들이 자연을 낯설게보게 하는데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면, 올해의 작품들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을 작은 식물들, 동물 캐릭터로서 재구하고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다시 레지던시 이야기로 돌아가자. 얼마전에 내 친구가 된 이지혜 문화예술실천연구소 대표는 그 해 서울장애예술센터에서 레지던스로 참여하게 된 작가들과 타 서울문화재단의 레지던시 작가들을 함께 공동 작품을 창작하는 프로젝트를 위임받아 진행했다. 나도 중간단계 워크숍에서 타 건으로 의견을 말할 기회가 있었는데, 1년간 여러 어려움을 거쳐 송상원 작가팀이 《위험 재앙! 그것이 바로 우리다》(2024. 5. 3. - 15.) 전시회에서 발표한 작품의 모토는 ‘맛있는 케밥을 함께 먹을 친구가 필요해요.“였다. 해당 동영상에서 작가팀은 함께 ’취향이 맞는 사람‘, ’자신이 있는 곳으로 와 줄 수 있는 사람‘, ’음식을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사람‘, ’함께 공연을 볼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장애를 배려해 줄 수 있는 사람‘, ’함께 공연을 볼 수 있는 사람‘,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등을 조리해 또띠아 위에 올려 케밥을 만들어낸다. 전시장 또 한편에는 이 작품을 모티브로 유토로 나와 함께 해 줄 사람을 ’만드는‘ ’완벽 친구 생성소‘가 있다. 작품을 살펴볼 친구를 찾기 힘든, 자폐 커뮤니티 밖의 자폐인들을 생각하게 되다 보니 우울해지는 면이 없잖아 있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1년간 비장애인과 붙어 지내야 하는 상황이 송 작가에게 긍정적인 경험이 되었을 터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송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자연의 주체인 동식물들을 짚었다. 물론 나무늘보나 달팽이, 수풀 속 찾아봐야 보이는 꽃같이 자연을 그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의 질문으로 되돌아 온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송 작가의 그동안 경험이 쌓인 덕택에, 자연은 송 작가가 산수도에서부터 시작해 왔던 그 자연과는 다른 자연이 되었다. 바로 ’대가족‘으로서의 ’친구‘를 발견하고 그들을 기록하며, 이번 전시에 도입된 캐릭터를 통해 자연의 권리를 되살려 기후위기까지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에 따르면 송 작가의 초기 작품은 ’자연이 보내는 경고를 듣지 않는 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 솔직하고 직설적인 표현‘이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림의 질성도, 퀄리티도 높아졌고, 작가의식 또한 비장애인 수준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러나 송 작가의 초기 작품과 현재 작품의 차이를 단순히 작가의 질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만 있을까? 오히려 자폐스럽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송 작가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미언 밀턴(D. Milton)의 이중공감문제 이론은 자폐인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사실상 하나의 별개의 문화나 비정형적 언어체계로서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줄 뿐만이 아니라 증명한. 그리고 이러한 언어체계 및 문화방식을 비장애인이 고려하지 않거나 철저히 배제의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에 자폐인들이 그동안 가진 능력을 계발하지 못하고 소통을 통한 성장에 이르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자폐인들의 예술적 관점이 신경전형인에게 포착가능하게 될수록, 자폐스러움은 가려지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아닌 다른 것을 표현하게 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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